[현장 카메라]방치된 서울미래유산…지정만 하고 나몰라라?

2023-02-20 1



[앵커]
한 때 서울시가 선정한 미래유산들이 유산은커녕 흉물로 방치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.

현장 카메라 전민영 기자 시작합니다.

[기자]
미래세대에 물려주겠다며 서울시가 선정한 미래유산입니다.

지금은 페인트칠이 다 벗겨진 채 시골의 한 공터에 방치돼있는데요.

서울 곳곳의 미래유산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.

우거진 수풀 뒤, 버스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.

구석구석 녹이 슬고, 거미줄도 쳐있습니다.

24시간 영업이라고 쓰인 이 버스.

1972년부터 서울 여의도, 강남 등을 옮겨다니며 김밥과 가락국수(우동) 등을 팔던 스낵카입니다.

80~90년대엔 장사가 워낙 잘 돼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했습니다.

[박윤규 / 영동스낵카 사장]
"1970년도 초에 여의도 개발할 때 여의도에 건물이 없잖아요. 그러니까 이제 그 개발 현장에 노동자들 이런 사람들 스낵카에서 이제 많이 식사를 하고 했다고…"

서울시는 지난 2015년 이 스낵카가 시대의 단면을 보여준다며, 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했습니다.

하지만 지정 5년 뒤, 한티역 일대가 재개발 되면서 스낵카가 설 자리가 사라졌고 결국 폐업했습니다.

[박윤규 / 영동스낵카 사장]
"서울시에서 보존할 거다 기대를 하지 않았겠습니까. 나몰라라하니까 나는 어디에다가 갖다 놓을 데도 없고….
이렇게 보면 황망하죠."

저녁이면 사람들로 가득찼던 을지로 노가리 골목.

지금은 재개발이 시작돼 거리에 공사 인부들만 오갑니다.

이 골목도 서울시가 지정한 서울미래유산이지만, 재개발이 시작되며 30년 넘게 영업해 온 호프집을 포함해 11곳이 힘없이 쫓겨났습니다.

[정규호 / 뮌헨호프 사장]
"평생을 그 골목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서… 하루아침에 간판 떼버리고 이게 무슨 미래유산이야. 골목이 완전히 다 죽어 없어졌어."

푸른 용이 그려진 청룡열차가 빠른 속도로 궤도를 달립니다.

1973년 운행을 시작한 청룡열차는 어린이대공원과 함께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의 대명사였습니다.

그 역사성을 인정받아 2017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.

방수포에 꽁꽁 싸여 정체를 알 수 없는 이것은 바로 한국 최초 롤러코스터, 청룡열차입니다.

페인트 칠이 벗겨진 채 녹슬어 있다보니 놀이동산 이용객들이 못 보게 덮어놓은 겁니다.

서울시가 따로 배정한 예산이 없다보니 미래유산까지는 신경쓰지 못했다는 게 어린이대공원 측의 해명입니다.

[손성일 / 서울어린이대공원 원장]
"관리 상태가 안 좋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저희도 깊이 공감을 하고요. 올 4월까지 빨리 원형 복원에 최대한 신경을 쓰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부분 보수도 실시해서…."

'100년 후의 보물'이라며 500개 넘는 미래유산을 지정한 서울시.

자율 관리를 강조합니다. 

[서울시청 관계자]
"저희가 따로 관리를 하진 않고…. 사업 취지 자체가 소유주분들이 자발적으로 보존을 하게끔 유도를 하는 거죠."

관리하겠다고 지정만 해놓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미래 없는 미래유산이 되고 있습니다.

현장카메라 전민영입니다.

PD : 장동하 윤순용
AD : 석동은
작가 : 전다정


전민영 기자 pencake@ichannela.com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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